오늘의 이슈! / / 2023. 3. 27. 12:50

가해자보다 경찰보다 생계가 더 고통스러운 피해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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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보다 경찰보다 생계가 더 고통스러운 피해자의 목소리
가해자보다 경찰보다 생계가 더 고통스러운 피해자의 목소리

 

피해자의 고통은 한시적인 지원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부는 함께 택배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딸은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공공기관에 계약직으로 취업하고, 아들까지 네 식구는 밤마다 식탁에 모여 수다를 떠는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김 씨의 가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가족이 무너지는 데는 채 한나절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21년 11월 15일, 인천에서 벌어진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로, 출동한 경찰 2명이 현장을 무단이탈하며 난동을 막지 못해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사건입니다.

 

4층 남자는 아래층에서 가족의 웃음소리 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올라와 시끄럽다며 뻑하면 문을 두드리고, 바닥을 망치로 내려치며 보복 소음을 냈습니다. 때문에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발뒤꿈치를 들고 다닐 만큼" 조심했지만 소용이 없어 경찰을 네 번이나 출동되자 김 씨네 가족은 결국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사 가기 하루 전 4층 남자가 흉기를 들고 내려와 아내와 딸을 찔렀습니다.

 

20대인 딸은 오른쪽 뺨에 7cm 길이의 꿰맨 흉터가 생겨 평생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딸은 그런 얼굴로 밖에 나갈 수 없다며 방에 틀어박혀 매일 술을 마시며 은둔형 알코올 중동자가 됐고, 아내는 목에 치명적 상처를 입은 아내는 2분 20초간 심장이 멎어, 산소 공급이 멈추면서 뇌가 손상되면서, 두개골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 "1살 지능"이 됐습니다.

 

이제 겨우 숟가락질을 하기 시작했고, 밥 위에 김치를 올려주면 천천히 움직여 밥을 먹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왼쪽 뇌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오른쪽 몸이 마비됐고,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김 씨는 치료와 재활, 간변에만 한 달에 400~500만 원이 감당해야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를 김 씨는 종일 수발해야 했습니다. 간병인을 써봤지만, 아내를 구박하여 소변 의사를 피력하지 못해 방광이 헐어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때문에 단기 근로를 찾으려 해도 여의치 않아 벌이가 사실상 끊긴 김 씨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센터부터 구청까지 안 다년본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법적 절차도 복잡하고, 아내의 명의로 나가는 통신비 등을 정리하고 통장을 쓰기 위해 법원에서 후견인 자격을 얻는데만 4개월이 걸렸습니다. 김 씨는 "경찰도, 범인도 밉지만, 우선은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해자보다 경찰보다 생계가 더 고통스러운 피해자의 목소리
가해자보다 경찰보다 생계가 더 고통스러운 피해자의 목소리

 

대한민국 헌법 제30조는"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나락 끝에 서있는 김 씨의 손을 내밀어준 건 인천 범죄자피해자지원센터입니다. 정부 위탁을 받아 범죄자들이 낸 벌금에서 일정 액수를 떼어낸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김 씨는 센터에서 간병비와 병원비 등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두 달 동안은 친구들한테까지 손을 벌렸다. 하지만 센터에서 신경을 만이 써줬습니다. 지금도 그 사람들을 잊지 못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이 지원도 한시적으로 지난해 8월 아내가 장애등급(1급)이 결정된 뒤에는 지원이 종료됐다고 합니다.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몸에 장해가 남을 경우 일시금으로 일정 액수를 지급하는 '장해구조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김 씨는 지금 추세라면, 그 구조금으로 "1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가의 지원은 한시적이지만 붕괴된 김 씨 가족의 고통은 한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가족 간의 애정마저 앗아가 아이들과의 사이도 틀어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 씨는 경찰의 부실 대응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1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은 시시티브이(CCTV) 조회수가 순식간에 300만을 돌파했습니다.

 

사건 당시 출동 경찰 2명의 현장 무단이탈 문제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4~5시간 전 홀로 집에 있던 딸의 신고로 다른 경찰 2명이 1차로 출동하여, 당시 흉기로 김 씨 집 문을 강제로 열려던 4층 남자가 손을 다치며 흘린 피가 복도에 낭자했음에도, 경찰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돌아가 김 씨는 " 경찰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송 결과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2012년 8월 '중곡동 살인 사건' 법인 선진환에게 살해된 30대 여성의 유가족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11년 만인 올해 2월에야 원고 일부승소 결정이 났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법적 절차 역시 범죄 패해자들에겐 늘 먼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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