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서 FTX 창업자로 '코인계의 워런 버핏'이란 평가를 받은 샘 뱅크먼-프리드(30)가 500억 달러(약 66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이 사태로 관련 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젊고 쿨한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그의 경솔한 언행과 경영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그는 2013년부터 4년간 월가의 자기자본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뱅크먼-프리드는 비트코인 급등 시기인 201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한 임대주택에서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를 창업했고, 여기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2019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를 세워 자체 코인 FTT 발행에 나섰습니다.
FTX는 탄탄한 기술력과 뛰어난 사용자환경(UI)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올해 초까지 끌어모은 자금이 약 320억 달러(약 42조 2000억 원)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업계 1위 바이낸스를 추격하기 위해 뱅크먼-프리드는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본격화했습니다.
그는 '쿨한 트레이더' 이미지를 투자 유치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FTX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차림을 브랜드화하여 각종 행사장에 등장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싱가포르 테마섹 등 큰손의 투자를 유치하고 홍보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급성장하여 핵심 사업영역과 너무 먼 곳까지 확장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을 느끼는 직원들과 달리 뱅크먼-프리드는 중요한 거래를 할 때 외부 조언을 참조하지 않고 소수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뱅크먼-프리드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무뚝뚝한 성격에, 종종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미국 출생이라는 배경 덕에 현지 암호화폐 업계의 '간판'으로 떠오른 그가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이 중국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내뱉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미국 당국이 점차 암호화폐 규제를 심화하자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시작하여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최대 후원자 순위 6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 바이낸스는 중국 기업이 아니냐는 의심 속에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되자 뱅크먼-프리드는 자오창펑을 향해 지난달 "그 사람도 워싱던에 갈 수 있지?"라는 조롱조의 트윗을 올립니다.
규제를 피해 FTX 본사를 바하마로 옮겼던 뱅크먼-프리드는 현지 당국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회사의 역량을 과시하면서 'F'로 시작하는 비속어를 수시로 사용해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다른 암호화폐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백기사' 역할도 자처해왔는데, 일방적으로 지원 요건을 제시하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에 경악했다는 경험담도 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암호화폐 거래의 핵심 특성 중 하나인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옹호하는 등 뱅크먼-프리드가 정치권의 규제 방침에 지속적으로 발을 맞춘 것이 업계에서 미운털이 박히는 요인이 됐습니다.
지난 7일 자오창펑은 FTX가 발행한 토근 FTT를 처분한다고 공개 선언한 후 트위터에서 "바이낸스는 다른 선수들 몰래 적대적 로비를 하는 이들을 도울 수 없다"라며 그의 로비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바이낸스의 발표이후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뱅크먼-프리드는 직원들에게 메시지로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이는 나 혼자의 책임"이라고 밝힌 뒤 FTX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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